아마도 직장에 지원하고 면접 마지막 단계에 올 때까지 단 한번도 연봉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할 때가 있을 것이다. 구인란에도 얼마 정도를 주겠다는 말이 없었고, 채용 컨설턴트에게도 별다른 말을 듣지 못했고(아마 ‘괜찮게’ 줄 거라는 정도의 언질은 받았겠지), 직장 설명에 보면 임금은 직책에 따라 달라진다는 내용 밖에 없고... 그러다가 결국 채용이 되고 마지막으로 계약서에 사인을 하게 됐는데 밑에 보니까 “희망 연봉은 얼마?”라는 질문이 있는 것이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일은 매우 자주 있는 일이다. 특히 직장에서 위치가 높아질수록 이런 일은 더 자주 발생한다. 이것은 순전히 고용인 측에서 자신들을 연봉 협상의 유리한 위치에 놓게 하기 위한 작전이다. 그래서 나중에 피고용인에게 원래의 예상보다 더 적게 주기 위한 일종의 전략인 것이다.
그렇다고 확실히 지원도 하기도 전에 연봉이 얼마냐고 묻고 다니는 것은 금물이다. 얼마를 받고 싶다며, 밑도 끝도 없이 희망 연봉을 부르고 다니는 지원자가 있다면, 채용자는 그 사람 이름에 줄을 죽죽 그어 버린다. 즉, 이 사람은 직업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돈에 관심이 있는 ‘용병’이라고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정말 자신이 어떤 직장을 원한다면 연봉에 대한 호기심은 나중으로 접어두기 바란다.
연봉 협상 때, 고용인은 지원자의 속내를 훤히 들여 다 보게 된다. 그들은 지원자들이 자기 연봉 수준을 알기 위해 지나치게 밀어붙이지 않으리라고 알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은 고용인들에게 대단한 이점으로 작용한다. 일단 협상이 시작되어 지원자가 연봉에 대해, 매우 조심스럽게, 물어보게 되면 십중팔구 제대로 된 대답을 듣지 못할 것이다. 채용자들은 대개 답변을 거절하거나 애매모호한 말로 얼버무리려 할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악착같이 덤벼들어 알아내려고 하지는 말라.
고용인들은 대개 연봉에 대해 미리 알려주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지원자가 먼저 자신의 희망 연봉을 말하도록 유도한다. 왜냐하면 고용인들은, 수년 간의 경험을 통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몸 값을 낮게 평가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의 재능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도, 직장을 쉽게 얻기 위해 자신의 몸값을 싸게 매기는 일이 매우 흔하다는 것을 이들은 미리 파악하고 있다.
이 점에 빠져들지 말기 바란다. 절대 자신이 원하는 연봉을 먼저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연봉 협상 테이블까지 온 지원자라면 이미 머리 속에 목표한 최대치와 최저치 연봉 수준이 정해져 있어야 한다. 이 수치는 머리 속에만 담고 있어야지 고용인 측이 먼저 알게 해서는 안 된다.
회사 측이 먼저 연봉을 부르게 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그 효과는 엄청나다. 예를 들어 회사가 제시한 연봉이 목표했던 최대치보다도 높게 나왔다면 그날 저녁 친구들과 신나게 파티를 벌일 수 있다. 그리고 제시한 연봉이 최대와 최저 사이의 ‘안전 지대’에 떨어졌다면 일단 받아들일 준비는 하되, 대뜸 받지는 말라. 근무 외 수당이라든가, 명절 보너스 등 세세한 사항을 조금씩 더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때로는 회사 측에 부른 몸 값이 최저치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있다. 절대로, 어떤 경우에도 자신이 생각하는 최저치 연봉은 발설하지 말라. 일단 고용인 측에서 먼저 제시 하도록 하는 것이 첫번째 목표가 돼야 한다. 만일 연봉이 최저보다 15% 정도 밑으로 제시가 됐다면 다음의 대사를 읊고 나와 버리도록. “고맙습니다만, 제가 여러분들을 시간을 낭비한 것 같군요.” 만일 연기하는데 소질이 있다면 아무 말없이 일어나 떠나 버리는 척 해 보도록. 채용자들이 다시 붙잡을 수도 있겠지만, 그 동안의 여러 사례를 미뤄 볼 때, 다시 협상을 벌인다 하더라도 제시 금액이 안전 지대 안에 떨어지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대로 포기하는 것보다 몇 번 시도라도 해보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일단은 연봉이 기대했던 것보다 적다고 말하는 것이 좋겠다 (제시 연봉이 기대치보다 많이 낮다면, “상당히 낮은데요”라고 말하라. 이 때 ‘상당히’에 강세를 주어 말하도록). 그러나 정확히 얼마 부족하다는 등의 말은 하지 말라. 아마도 회사 측에서는 연봉을 다시 부르던지, 당장 나가버리라고 하던지, 아니면 원하는 금액을 불러 보라고 할 것이다. 이 때가 가장 곤란한 부분일 텐데, 끝까지 정확한 금액을 말해서는 안 된다. 그저 조금 더 올려달라고 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니면 그냥 뒤 돌아서 나와 버리던지.
물론, 고용자들은 연봉 금액을 먼저 언급하지 않는 데에 능하다. 대개 지원자가 먼저 말을 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종류의 대사를 읊어 주도록. “전 그 동안 아무개 회사에서 열과 성을 다해 일해 왔습니다. 거기서도 귀하의 회사에 대한 명성을 많이 들어 왔습니다. 이제 제가 이 직장의 발전을 위해 몸 바쳐 일할 때라고 생각하는데 귀하가 제가 받을 수 있는 연봉을 얼마 정도로 생각하시는지 열과 성을 다해 듣고 싶습니다.”
이런 식으로 회사 측에 먼저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연봉 협상에 많은 훈련을 받은 사람이라도 이 정도로 ‘미끈하게’ 물어 본다면 대답을 피해하기가 곤란해 진다. 하지만 이 때도 대답을 회피하려는 고용인들이 있을 것이다. 이때엔 다음과 같은 대사를 준비해 두도록. “저와 같은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이 분야에 얼마나 받고 있는지 저보다 더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합당한 연봉 수준을 한번 말씀해 주셨으면 하는데요.”
이래도 끝까지 연봉에 대한 정보를 감추려는 고용인이라면 매우 비정상적인 경우라고 봐야 하겠다. 이쯤 되면 자신의 고용인들이 앞으로 같이 일하기 힘들 것이라 생각될 것이다. 이런 사람들과 같이 일해봐야 힘든 일만 생기리라는 짐작을 해두는 것이 좋다.
직장을 찾을 때 무엇보다 먼저 유념해 둬야 할 것은 사람을 구하는 곳은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이다. 어느 한곳에 너무 매달리는 것은 결코 현명하지 못한 일임을 깨달아야 한다. 제시된 연봉이 지나치게 적다든가, 협상에서 고용인들이 너무 비합리적이고 닫힌 자세로 나온다면 그것은 곧 다른 직장을 찾아야 한다는 신호로 밖에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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