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는 기업 운영과 인력관리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조치이다. 조직에서 평가를 하는 목적은 크게 두 가지. 인력관리와 인재개발이 그것이다. 그러나 타성에 젖은 형식적인 평가로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소수의 핵심지표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집중 관리해 기업의 능력과 문화를 개선시키는 ‘전략적 평가’(strategic eval!!!uation)만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결혼을 하거나 친구를 사귈 때 각자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행동한다. 또 사업을 시작하거나 점포를 고를 때도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하면서 최종 판단을 내린다. 대체로 사람의 의사결정 행동을 지켜보면, 초반에는 여러 가지 정보를 꼼꼼하게 수집하고 분석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핵심적인 1∼2개 요인에 집중해 비교,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 남자의 뛰어난 능력이 마음에 들어서’, ‘다른 곳과 비슷하지만 권리금이 적어서’등이다.
평가요인이 많아지면 요인간에 우열이 서로 상쇄되는 경향이 있어 오히려 전체적 우열을 가늠하기 어려워진다. 때문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수의 핵심지표만을 놓고 집중, 비교하며 최종 결정을 하게 된다. 이는 결국 몇 개의 핵심지표를 다른 지표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실제 의사결정은 알게 모르게 소수의 핵심기준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에서 운용하고 있는 평가 제도를 살펴보면 평가기준이 지나치게 많거나 또 많은 기준을 추가하려고 한다. 그 이유는 아마도 소수의 기준만으로 평가하면 공정하지 못하다는 관점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일부 요인만 측정하게 되면, 측정하지 않은 요인에 대한 관심이나 업무수행이 소홀해질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기도 하겠다.
그렇다면 평가기준이 많을 때는 어떠한 현상이 나타날까. 여러 가지의 요인을 평가하겠다고 하면 구성원들이 그 요인들 모두에 공을 들일까? 일부 신경을 쓰기도 하겠지만, 아마도 모두 그저 그런 정도의 요인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어 특별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더군다나 기준이 많다고 해서 공정하게 느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평가기준이 얼마나 타당하고 신뢰할만한가, 또 평가의 절차나 수집한 자료가 얼마나 객관적인가가 공정성에 더욱 중요한 것이다.
2가지 평가기준 적절히 활용하라
조직에서 평가를 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 목적에서다. 하나는 인력관리 측면이다. 조직에서 모든 사람을 동일하게 대우해 줄 수는 없다. 입사 동기 10명이 모두 팀장이 되고, CEO가 될 수는 없다. 각 개인의 역할과 기여도가 다르고 성과가 다른데 동일한 급여를 줄 수는 없다. 필연적으로 업무를 보다 우수하게 수행하는 사람, 보다 많은 기여를 할 사람, 보다 큰 능력을 가진 사람, 더 좋은 결과를 낸 사람을 식별해 차등적 처우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으로 공정한 것이다. 따라서 사람간에 서열을 매길 수밖에 없는데, 이를 상대평가(relative eval!!!uation)라고 한다.
또 한 가지는 조직의 능력 확장, 인재개발의 측면이다. 평가에 있어 이 목적은 최근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평가 행위가 단순하게 서열을 매기고 인력운영을 하는 정도의 목적으로만 이루어지기에는 평가의 기능과 효과를 너무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적 무한 경쟁 시대에서 지속적으로 경쟁우위(sustainable competitive edge)를 확보하는 것이 모든 기업의 생존과 성장의 필수조건이다. 조직의 경쟁력은 인적 경쟁력, 인적 자본(human capital)으로부터 나오는 시대이기 때문에 우수 인력을 식별해 확보하고, 그들의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주는 노력은 21C 인적자원관리의 핵심이다.
인간은 원래 타인의 평가나 평판에 민감하다. 누가 조직의 장으로 부임하느냐에 관심을 갖는 것도 그 사람이 어떤 점을 중시 여기는 사람인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고, 입학제도 변경에 학부모와 학생들이 민감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평가는 개인의 신분이나 보상, 역할에 큰 차이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평가를 통해 구성원의 능력과 역할 수행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전제 하에 평가기준과 평가제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즉, 사람은 평가기준에 민감하므로 CEO가 강조하고 싶은 요인을 평가기준에 반영하고 가중치를 높이면 사람들이 그 기준에 부합하고자 노력하게 된다. 이는 결국 기업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기업 전체의 능력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는 대체로 목표 수준의 달성 여부나 기준점의 초과를 촉구하는 절대평가(absolute eval!!!uation)를 통해 이루어진다.
평가기준에는 ‘절대기준’(must criteria)과 ‘희망기준’(want criteria, should factor)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면 매우 편리하다. 절대기준은 일종의 목표(objective)다. 그래서 누구나 이 기준에서 제시하는 수준을 반드시 충족해야 하는 기준을 말한다. 절대기준은 주로 최소 요건(minimum requirements)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영어, 수학에서 60점을 넘어야 한다’, ‘서울에 근무하지 않으면 채용하지 않겠다’는 것은 절대적 표현이다. 이 때는 Pass or fail, yes or no로 판가름 난다.
희망기준은 그 기준에 있어 긍정적인 값이 클수록 좋은 것을 말한다. 가령, 미모나 능력은 뛰어날수록 선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는 점수를 비교하게 된다.
경영자는 이러한 평가기준의 2가지 속성을 잘 이해하고 서로 섞어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여러 가지 중에서 일부로 압축해 나갈 때는 먼저 절대기준을 적용하고, 압축된 일부 대안이나 기준을 적용할 때는 희망기준으로 판단해 나가는 것이다.
핵심지표에 집중하라
기업운영이나 인력관리에 평가기준을 적용할 때, 그 개수가 반드시 많아야 좋은 것은 아니다. 선진 기업에서는 오히려 ‘핵심성과지표’(KPI : key performance indicator)라고 해서 소수의 정예지표를 지정하고, 이들 지표에 집중해 관리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렇게 핵심지표 중심으로 접근할 때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크게 2가지다. 하나는 개인의 행동변화와 조직체질의 개선 효과가 크다는 점이다. 대개 사람들은 평가기준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핵심지표에 집중하면 그 지표의 결과가 개선되어 조직이 원하는 방향으로 체질을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출지표만 갖고 측정하면 사람들이 매출 향상에 매달리고, 이익을 강조하면 이익증대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기업에서도 과거에는 매출이나 시장점유율 등의 지표를 강조하다가 최근에는 현금 흐름을 강조하는 등 환경에 따라 강조하는 지표가 달라지고 있다. 만약, 제안과 칭찬을 활성화하려면, 또는 고객서비스 행동을 촉진하려면, 해당 요인을 측정지표로 삼으면 되는 것이다. 특정 능력개발을 강조하고 싶을 때 그 요인을 강조하면 그 능력이 향상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문화를 바꾸려면 평가요인을 3가지 이상 쓰지 말라’는 말도 있다.
평가기준이 적으면 평가 공정성도 높아진다. 기준이 많아서 공정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기준에 대한 객관적이고 세밀한 자료를 준비하여 대응하는 것이 더 공정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공정성은 결과의 공정성과 절차의 공정성(procedural equity)으로 나뉘는데, 결과의 공정성은 절차의 공정성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왜 그렇게 평가 결과가 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중도의 자료가 누적되어 있으면 최종 평가결과에 이의가 제기되어도 항상 합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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